[둘째날] 줌머로 여행 다녀오기. - 호미곶편

2008. 7. 26. 12:10
막상, 여행을 다녀온 지금.
후기를 남기는 이 시간 내가 느끼는 것은.
이번 여행이 한번으로 만족할 수준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친구들과 나는 아직도 여행 후폭풍을 감당하지 못해 힘든 나날을 지내고 있다.
언제 다시 떠날 지 모르는 여행. 이번에도 우린 막 떠나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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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AM 3인용텐트에 4명이 테트리스조각처럼 껴 잠을 청한다.
호미곶에 도착하여 당황했던것은 야영을 할 장소가 따로 정해져있지 않다는 점.
여행 출발전에 호미곶에 야영장소가 있다는 소문을 내고 다녔던 장본인이 나였기에
어떻게서든 내가 해결하리라..마음 먹고 돌아다닌끝에 광장주위에 잔디밭에 야영을 하기로 했다.
우린 일출을 보자마자 출발할 예정이라, 아침에 관리인에게 잔소리 들을 필요도 없을꺼니까.

텐트를 치고난 후에는 역시 여행의 꽃. 맥주파티!!! 예에-
저 멀리 있는 가게까지 걸어갈 필요도 없다. 스쿠터로 부웅- 부웅- 하니 어느새 우리들 앞에
맥주와 안주거리들이 +_+
넓직한곳에 앉아 호미곶의 밤공기와 맥주를 그렇게 마셔대며 여행을 즐기고 있다.
자리를 좀 더 일찍 잡았더라면 이렇게 즐거운 대화를 좀 더 즐길 수 있었을텐데,
늦은밤 일출을 보고 떠나려는 우리들은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했다.

새벽1시쯔음에 텐트안에 자리잡고 누워 잠을 청한다.
가끔 모기와 개미들이 우릴 괴롭혔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하지만,
새벽 4시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웃음소리를 내며 도망간 어떤 녀석들에게 우리들은 세제섞인 물을
뒤집어쓰는 테러를 당해야만 했다.
석환이는 입벌리고 자다 세제물을 마셔야만 했고, 나는 눈에 잔뜩 들어가 눈을 뜰 수 없었고
성은이는 방수옷에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아 피해가 크진 않았고, 태우는 잠시 커피마시러 나가서
전혀 피해가 없었고..-_-
석환이와 나는 난데없이 새벽에 화장실에서 샤워를 해야만 했다.
고 녀석들.. 왜 그랬을까.. 이유만이라도 알고 당하면 좋을텐데, 정말이지 어이가 없다.
참으로 어이없는 기상콜 테러를 얻어맞고는 자리를 정리했다.
뭐, 여행 가서 추억이 하나 생긴거지.. 쩝.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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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과 생성의 손
텐트와 돗자리가 세제물로 거품이 보글보글. 우리들이 입었던 옷들도, 가방도 거품가득이다.
휴_
서서히 날이 밝아왔다. 일출이 다가왔음에도 하늘을 보니 구름이 조금 많이 있어 정확한 일출엔
실패했지만, 아침해는 분명히 보고 왔다.
여긴 대한민국에서 가장 일찍 해가 뜬다는 호랑이꼬리 호미곶이다.
참으로 오랜만이다.
대한민국 국민 어느누구보다 일찍 떠오르는 해를 보고 활동을 시작하는 날들이
일년중 몇일이나 될까.
호미곶의 생성의 손 조각상은 너무 유명해서 이 조각상을 잠시 보기 위해 호미곶에 들린다는 사람도 꽤 된다. 일출광장안에도 생성의 손 조각상이 있고, 밤이 되면 각종 조명으로 아주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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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편 왼쪽에 보이는 조형물은 포항에서 유명한 '과메기'이다.
우리들은 그닥 몇시간 자지 못해 조금은 피곤한 상태다.
일출을 보고 난 후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부산까지 달리는데 땡볕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
서둘러 출발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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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곶 일출 광장_ 정확히 태우의 모자위로 생성의 손이 가려졌다.
바로 뒤편엔 공사가 한창이다. 무슨 공사인줄은 모르겠으나,
다음번에 왔을땐 뭔가 새로운 경치가 펼쳐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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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일출 컷...이라고 해도 해가 구름에 가려진지 오래...
이제 출발이다.
일단의 목적지는 신라 천년의 역사가 숨쉬는 '경주'이다.
얼마전 '무한도전'이 경주에서 촬영을 했는데, 오래간만에 꼭 가보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불국사도 구경하고 경주시내도 한번 돌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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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딩중인 석환. 속도가 안나온다며 투덜댄다. 그정도면 충분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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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타임. 불국사로 향하는 길은 산고개를 하나 넘어야한다.
몇십분내내 오르막길. 산을 넘는다는게 이렇다. 호미곶에서 출발직전엔 흐렸지만, 곧 굉장히 산뜻하게 날씨가 맑아졌다. 하지만, 산을 넘으며 금새 흐려지더니 비가 오기 시작한다.
비가 내리는 타이밍도 기가 막히게 내리막길이다. 일행의 이동속도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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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에 곧장 잘 다녔던 태우.
곰태우. 신기한 놈이다. 타고 다니는 로망스를 잠시 운전해봤는데,
이 자식. 이런 바이크를 어떻게 끌고 다녔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핸들이 한쪽으로 기울여서 장시간 라이딩때 굉장히 힘이 들텐데, 아무렇지도 않단다.
내공이 장난이 아니다...
여행 내내 선두에 가장 많이 있었으며 기름도 가장 많이 넣었으며 중간에 엔진오일도 한번
보충했다.
아쉬운 점은 이 여행을 끝으로 태우의 로망스는 다른 사람에게 양도된다.
정이 많이 들었을텐데, 여행을 마치고 태우는 이제 자신의 스쿠터에 미련이 없다고 했다.
그동안 아주 유용했던 로망스는 태우의 후배에게 넘겨져 또 다른 추억을 만들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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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정문. 비가 너무 많이 온다. 아침이라 사람들도 많이 없다.
사진 속 내 팔꿈치에 보면 피가 새어나오고 있다.
불국사를 향해 오는 중 오르막을 지나 내리막을 탈 때 비가 많이 오기 시작했는데, 속력을 절반이나 줄여서 달렸는데 그만 코너링에서 미끄러졌다. 내가 미끄러지고 약 1초후 태우도 같이 미끄러졌다.
상당히 미끄러운 구간이라.. 나는 쪽팔려서 스쿠터에 깔려 일어나지 못하고 태우는 넘어지는 순간 스쿠터를 내팽개쳤다.
덕분에, 우리둘 팔꿈치와 다리에 찰과상을 입었고, 태우 스쿠터는 모르겠으나, 내 혼다 줌머는 스텝이 깨져 너덜너덜해지고 핸들이 돌아갔으며, 윙카를 받치던 관절이 꺽였고..ㅠ
정말 스텝이 없었더라면 머플러랑 라지에이터커버가 깨졌을수도-_-;;;
사고가 난 후 천천히 산을 내려오는데, 몇분뒤 불국사에 도착했다.
비가 많이 오고 불국사.. 입장료가 있었다. 성은이가 경주는 구경하는데 다 돈이 든다고 했는데
정말이었다. 절을 구경하려면 돈을 내야한다.
난 몰랐는데-_- 난 정말 불국사 구경하는데 입장료 따위가 있는 지 몰랐다.
하는수없이 불국사 정문을 배경으로 사진만 남기고 바로 경주로 이동해야했다.
무지하게 배고프구만. 그리고.. 상처 무지 따갑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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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 도착하자마자 태우는 또 한번 기름을 채운다.
여행 내내 우린 신기할정도로.. 수많은 싼 주유소를 지나치고 들리는곳마다 비싼 곳이다.
국도를 타고 내려오다 경주시내쯤 왔을때 석환이가 예전에 들려서 맛 보았다는 유명한
순대국밥집으로 들어갔다. 나는 순대국밥을 좋아하지 않기때문에 비빔밥을 시켜먹었다.
아침시간이었는데도 손님이 북적북적 되어서 식사를 하면서 아침이 아니라 점심시간인줄 알았다.
유명한 곳은 역시 다르군. 허기가 진 우리들이라서 맛있게 식사했다.
식사하는 도중 내가 스쿠터 경보기를 ON 시켰다. 그랬더니 성은이도 자신의 경보기를 작동해보려 했는데.. 작동하지 않는다. 바로 30M정도 떨어진 주차장에다 세웠는데도.
부산에 가면 경보기 점검 꼭 해봐라. 이건 갑자기 생각난거다.
식사를 마치고 약국에 들러 밴드를 샀다. 상처에 붙이고 우린 시내 라는 이정표를 따라
쭈욱 들어갔다.
경주시내는 작고 아담했는데, 패션1번지라는 거리에 있던 여러 브랜드중에 MLB매장으로 들어가
성은이는 위아래, 신발까지 한셋트 쭉 뽑았다. 평소 쇼핑을 안한다는 녀석은 여기 경주까지 와서
약 20만원어치를 구입했다. MLB 완전 ㅎㄷㄷ 나시티한장에 3만원이 넘는다.

"우와, 나시티가 3만원이 넘어;;;" -태우,성훈

"원래 그 정도 하는거 아니가?" -성은

"5천원이면 산다." -태우,성훈

성은이는 잠시 충격을 먹은듯.
하지만 옷들이 상당히 퀄리티가 좋아서 그리고 브랜드니까^^
경주시내 패션1번지에 있던 MLB 매장에 여직원이 한명 계시던데, 일본잡지에 나오는 미소녀처럼 생겼다. 우리들이 들어가 옷 구경하는 동안 멘트한번 안날려주시고 눈길 한번 안주시더라는. 흠흠.

성은이 옷을 산 후에는 경주에서 더 이상 할 것이 없기때문에 부산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지도를 펼쳐 루트를 확인했다.
양산을 통해서 부산북부지역으로 입성하는 35번 국도를 이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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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배고프고, 피곤에 쩔은 표정.
소나기인가; 갑자기 또 많은 비가 내리는데 이번엔 스케일이 틀리다.
살갖에 닿는 비의 강도가 장난이 아니다. 장대비라고 해야하나.
너무 따가워 국도 도중에 있던 버스정류소에서 잠시 비를 피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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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우리 화물택배 부를까...
담배 한대 피우고 비가 소강상태로 접어든듯해서 출발-! 을 외치며 나섰더니 미친듯이 비가 내린다.
어이가 없구만.
꽤 오랫동안 버스정류소에 억류 되어 있었다.
하지만 마냥 지체할수는 없어서 이동속도를 줄여서라도 출발하기로 한다.
아까의 슬립때문에 태우와 나는 빗길이 조금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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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거리에서 좌회전. 부산방향으로 빠져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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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휴게소. 하늘은 맑은데 왜 비가 내리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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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휴게소 브레이크.
부산으로 향하는 도중에 마지막으로 주유했던 양산휴게소이다.
여행도 막바지에 다달았다.
사진속 내 모습은 위에 윗 사진을 찍었던게 아닌가 싶다.
맑은 날씨였는데, 비가 가끔씩 내린다. 신기한 날이다.
이런 날을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고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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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환의 줌머에 새로 장착된 크롬 원형 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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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으로 F4 패러디한 내용이 블로그에 있으니 구경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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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이제 부산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이제 집으로 출발한다.
다들 어서 집으로 가서 푹 쉬길 원한다.
나도 너무 힘들다.
마지막까지 사고없이 가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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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직야구장. 우리들의 마지막 기념 촬영이다.
북부산으로 입성했다.
제1만덕터널을 지나 사직구장으로 곧장 달려왔더니 어느새 오후 3시이다.
우리는 바로 앞에 있던 맥도날드에서 런치메뉴를 먹으려 했는데, 런치메뉴는 2시까지라는
절망에 빠지게 했던 문구를 확인하고.. 태우를 질타하며 우린 또 햄버거를 입어 물었다.
부산이 좋구나- 부산에서 마지막 여행식사를 하니 마음이 편안한게.
이대로 집까지는 약 30분정도.
17시간동안을 달렸는데 30분정도야 이제는 우습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사직야구장 정면에서 삼각대없이 기념촬영에 들어갔다.
여행 내내 선두에 서서 속도조절해준 태우 고맙고,
속도 안나온다고 투덜댔지만 누구보다 신나는 표정과 행동으로 달려준 석환 고맙고,
두두두둥- 시끄러운 머플러 소리때문에 동영상에서 인터뷰도 못해보고 어쩔 수 없이 후미에서
달리게 된 성은이도 너무 고맙고.
1박2일동안 다들 너무 고생했지만 즐거운 추억이 늘었을테다.
무려 17시간동안을 무리없이 달려준 줌머는 역시 강한 체력을 가진 최강의 스쿠터임에 틀림없다.
연비도 좋았으며 여행내내 사람들의 눈길에 주목받으며 당당한 자태를 뽐내준 믿음직한 스쿠터다.
태우는 이번 여행을 끝으로 스쿠터를 절친한 후배에게 헐값(?)에 넘긴다.
더이상 미련이 없다고 했다.
다들 집에 도착해서는 쓰러져 몇시간동안 깊은 잠에 빠졌음이 틀림없을꺼다.
그리고 일어났을때 온몸이 쑤셨을테다.
그리고 아직까지 여행휴우증에 시달릴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쩌면 꿈속에서도 계속해서 달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현재 우리는 또다른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정말로 힘든 여행이었지만 그만큼 기억에 남았고, 달린다는 즐거움때문에 우린 다시 달려야한다.

여행을 다녀온 지 몇일 지난 어느 날, 석환이가 이런 말을 했지.

"의자에 앉아있는데, 왠지 모르게 계속 달려야 할 것 같아."

8월달에 우린 또 떠난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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돗자리,빨래거리,개인가방,수통,공구,비상약,텐트,파라솔등등 완벽결속되어 집에 도착.

이튿날째였던가? 비가 굉장히 많이 내리고.. 다음날 시동을 켰더니 엔진소리가 무척이나 이상하다. 줌머도 여행 휴우증을 앓고 있는듯. 그리고 몇일 지났더니 쌩쌩하게 원래 모습을 찾았고, 지금도 힘차게 주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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